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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성경의 주요주제

로고스와 레마: 의미 구분에 대한 비판적 고찰

by info-box-blog1 2025. 4. 13.

로고스와 레마: 의미 구분에 대한 비판적 고찰

1. 서론

현대 한국 교회 안에서는 “로고스(logos)”와 “레마(rhema)”를 구별하여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로고스는 “기록된 말씀”, 레마는 “현재 주어지는 능력 있는 말씀”으로 설명되곤 한다. 하지만 성경 본문, 헬라어 문법, 고대 문헌 사용 맥락을 보면 이 두 단어는 의미 차이 없이 혼용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2. 로고스와 레마가 모두 능력 있는 말씀으로 사용된 예

(1) 로고스의 예

  • 마태복음 8:16 “...말씀으로(λόγῳ) 귀신들을 쫓아내시고 병든 자를 다 고치시니”
  • 히브리서 4:12 “하나님의 말씀(ὁ λόγος τοῦ θεοῦ)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 요한복음 5:24 “내 말을(τὸν λόγον μου) 듣고... 영생을 얻었고...”

(2) 레마의 예

  • 마태복음 4:4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ῥήματι)으로 살 것이라.”
  • 요한복음 6:63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ῥήματα)은 영이요 생명이라.”
  • 로마서 10:17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ῥήματος)으로 말미암느니라.”
  • 히브리서 11:3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ῥήματι)으로 지어진 줄을...”

▶ 요약: 레마만이 능력 있는 말씀이라는 주장은 성경 전체의 용례와 맞지 않는다. 로고스 또한 동일한 능력과 권위를 지닌 말씀으로 쓰인다.


3. 로고스와 레마가 같은 문맥에서 혼용된 예

  • 마태복음 12:36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ῥῆμα)을 하든지 심문을 받으리니”
  • 요한복음 15:3,7 “내가 일러준 말(λόγος)... 내 말(ῥήματά)에 거하면...”
  • 요한복음 17:6-8 “...그들은 주신 말씀(λόγους)을 받고...”
  • 사도행전 10:36-44 “...복음을 전하사(λόγον)... 이 말을(ῥήματα) 할 때에 성령이...”
  • 히브리서 12:19 “나팔 소리와 말하는 소리(ῥῆμα)를 듣고...”

▶ 결론: 레마와 로고스는 동일 문맥 내에서 구분 없이 사용되며, 기능적 차이보다는 상황과 문맥 중심으로 쓰인다.


4. 로고스의 철학적·학문적 확장성

  • 로마서 14:12 “...자기를 하나님께 직고하리라” → 헬라어 직역: λόγον δοῦναι (로곤 두나이) = 진술하다
  • 고대 헬라 철학에서는 ‘로고스’가 논리적 근거나 학문적 진술로 자주 사용됨
  • 신학(theology), 논리학(logic), 생물학(biology) 등 다수의 학문 명칭은 logos에서 파생됨
  • 히브리서 13:22 “이 권면의 말씀(λόγος τῆς παρακλήσεως)”
  • 사도행전 1:1 “먼저 쓴 글(πρῶτος λόγος)”

▶ 레마는 이러한 학문적 또는 문학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으며, 주로 “말” 혹은 “발화된 말씀”의 의미에 국한된다.


5. 헬라어 사전과 빈도 비교

  • Liddell-Scott 사전 기준:
    • “로고스”: 약 2면 이상 설명
    • “레마”: 단 몇 줄 설명됨
  • 성경 내 사용 빈도:
    • 로고스: 약 330회 이상
    • 레마: 70회 정도
  • 70인역(구약 헬라어 번역본)에서도 로고스의 사용 비율이 훨씬 높음

6. 구약(70인역)에서의 사용 예시

  • 창세기 15:1 “여호와의 말씀이(ῥῆμα)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 출애굽기 4:28 “모세가 여호와께서 자기에게 분부한 모든 말씀(λόγους)과...”
  • 이사야 55:11 “내 입에서 나가는 말(ῥῆμα)... 내 뜻을 이루며 보낸 일에 형통하리라”
  • 이사야 45:23 “...내 입에서 의로운 말(λόγος)이 나갔은즉 돌아오지 아니하나니...”

▶ 요약: 구약에서도 두 단어는 의미상 차이 없이 혼용되며,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 사람의 말 모두를 지칭할 수 있다.


7. 잘못된 적용 사례

일부 설교나 신앙서적에서는 “로고스는 머리로 이해하는 말씀, 레마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말씀”이라거나, “로고스는 문자적 정보, 레마는 감동과 능력”이라는 식의 구분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레마”만이 특별한 능력을 갖는 말씀처럼 강조되며, “로고스”는 상대적으로 무기력한 기록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이는 성경 본문이 보여주는 용례와 배치되며, 때로는 기복주의적 해석이나 영적 엘리트주의로 연결되기도 한다.


8. 초대교회 교부들의 이해

초기 교부들인 이레니우스, 클레멘트, 오리겐 등은 로고스를 주로 하나님의 본질적 말씀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이해했고, 특별히 레마를 별개로 구분하지 않았다. 오리겐은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이며, 그것은 모든 이에게 역사하신다”고 말하며, 말씀의 능력은 기록 여부가 아니라 성령의 조명에 따라 모든 말씀에서 드러난다고 보았다.


9. 현대 교회의 균형적 접근 제안

현대 교회는 레마와 로고스를 구분하기보다,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 전체(로고스)를 사모하고 묵상하며, 성령께서 그 가운데 어떤 말씀이 "지금 내 삶에 살아서 울리도록 하시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말씀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이 믿음 안에서 역사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10. 결론

  • 로고스는 기록된 진리, 신학적 선언, 논리적 진술 등 광범위한 의미를 포함
  • 레마는 말해진 말씀, 발화된 음성 중심이지만 실제 성경에서는 기능적으로 차이 없음
  •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말씀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모든 하나님의 말씀은 기록되었든, 발화되었든 동일한 권위와 능력을 가지며, 레마와 로고스는 성경에서 본질적 차이 없이 사용된다.

말씀이 살아 운동력이 있으며, 그 어느 것도 피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레마든 로고스든 말씀 앞에 전인격적으로 반응해야 한다.